유럽 교환학생 일기

구름이 2021. 12. 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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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쿠프슈타인에서 시작하여 유럽의 도시를 돌아다닌, 어느 교환학생의 이야기

 

 

 

  때는 바야흐로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떠나고 싶은 시절, 책을 찾아보았지만 아무도 교환학생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지 않았다. 유럽 가이드북에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만 두서없이 나열해놓았을 뿐, 가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등 실질적인 팁이 나와 있지 않았다. 막상 떠나려고 보니, 유럽 생활에 대한 도움을 받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유럽 교환학생을 통해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일화를 공유하기로! 

 

  이 책은 순수하게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은, 유럽으로 떠나고 싶은데 용기가 없는 친구들 그리고 교환학생 생활을 엿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여행하는 방법조차 몰랐던 한 소녀가 유럽 오스트리아로 떠나게 되어 벌어지는 다양한 일화들을 소개한다. 

 

 

 

 

 

 

 

▶ 유럽 교환학생 초보자들을 위한 지침서

 

 

 

  10월 어느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 앞 카페에 있다가 산책할 겸 슬슬 걸어보았다. 한국에 있었을 때보다 유럽에 와서 날씨의 소중함을 더 알게 되었다. 좋은 날씨는 날마다 오는게 아니었다. 유럽에서 좋은 날씨를 본다는 것은 행운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내음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강물에 비친 하늘 한 번 보고, 고개 들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두 번 보고. 길 따라 새록새록 자라난 잔디 위를 걸어보았다.

 

 

 

(본문 중에서)

 

 

 

 

 

 

 

마치 방음벽이 그들 사이에 놓인 것처럼 그들의 연주 소리는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았다. 다리를 지나갈 때마다 저마다의 다른 CD 곡이 틀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누가 사람들의 시선을 먼저 끌 것인가 하는 내기를 벌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_20p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몰라 그만 목적지였던 맥줏집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그저 코젤 맥주와 함께 체코 전통 요리를 먹고 싶었을 뿐인데 트램은 한참 가더니 어느 외곽에 위치한 종점에서 우리 가족을 뱉어냈다._22p

 

 

 

부드러운 스비취코바는 우리의 속을 달래주었다. 한 접시에 놓여있는 라즈베리잼과 스비취코바의 묘한 어우러짐은 서로에게 서툰 우리 가족과 많이 닮아있었다._23p

 

 

 

프라하 공항에서 아빠와 동생과 작별인사를 한 후 엄마와 폴란드로 넘어가 학기 시작 전 남은 시간을 보냈다. 나중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유럽의 땅을 딛고 지냈던 시간이 남은 교환학생 생활에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었는지를._52p

 

 

 

 

 

 

 

 

 

 

 

 

 

때로는 그 새로움이라는 것이 외로움을 가져다 준다. 그럴 때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교환학생 생활 속 버팀목이 만들어질 것이다. 영상통화나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다. 하지만 교환학생으로 머무는 곳에서 짧게라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그 여운이 오랫동안 교환학생 생활에 머물러 줄 것이다._53p

 

 

 

가을이 가기 전, 강둑을 따라 걸어볼 수 있었다.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내음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강물에 비친 하늘 한 번 보고, 고개 들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두 번 보고. 길 따라 새록새록 자라난 잔디 위를 걸어보았다._66p

 

 

 

유럽의 대학은 자율을 강조했다. 가르치는 방식도 주입식 방법이 아닌 스스로 찾고 익히는 방식이었다. 학교 수업을 들으며 필기에만 급급한 한국 학생들과는 달랐다. 특히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바로 적용하기보다,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반박하거나 또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_77p

 

 

 

 

 

 

동글동글하게 완성된 김밥을 먹기 좋게 룸메이트가 썰어주었다. 혼자 보낼 줄 알았던 아침 생일상 차리기를 친구들과 함께해서 외롭지 않았다. 김밥 속에 든 재료는 얼마 없었지만, 처음으로 만들어서 그런 걸까 계속 손이 갈 만큼 맛있었다. 단무지가 없어 대신한, 소금에 절인 오이와 햄이 짭짤함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고 고기 없는 미역국은 국물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_85p

 

 

 

와인으로 달아오른 우리의 얼굴처럼 너도나도 말하는 진실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서로의 환경은 다르지만, 한식을 통해 다져진 우리의 인연은 밤과 같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창을 통해 우리를 비춰주는 달은 오늘따라 더 동그랬다._91p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외로움이 거센 파도처럼 갑작스럽게 덮였다. 머물렀던 방은 옥탑방 크기만 할 뿐만 아니라 위에 창문도 있어 추위를 더 유발했다. 그와 동시에 아득한 밤하늘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 가깝게 지내던 이들이 문득 그리워졌다. 첫 여행, 타지에서의 첫 등산과 식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혼자 해냈다._104

 

 

 

 

 

 

 

 

 

 

 

 

우리는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구체적으로는 머핀, 케이크 그리고 튀김을 안주 삼아 세 명이 샴페인 한 병과 백포도주 한 병을 비워냈다. 이때는 다른 날과 달리, 대화보다 멀리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소식을 전하고자 힘썼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동시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에게 엽서를 쓰며 그들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이 시간이 좋았다._125p

 

 

 

크기가 작은바 안쪽에서는 청국장처럼 텁텁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주었고 은은한 조명은 아늑한 동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속에서 와인 한 잔, 두 잔 하다가 보드카까지 손댔다. 하우스 와인의 맛은 떫었지만, 풍미는 그 자체로 깊었다. 사장님 표 보드카의 맛은 진하면서도 부드러웠다._133p

 

 

 

초콜릿이 설탕에 풍덩 빠진듯한 달콤함을 느끼며 기차 안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인내심이 길러진 걸까 천하제일의 성급했던 나는 예상 도착 시각보다 꽤 많이 늦었음에도 행복했다. 이러한 여행 패턴에 익숙해진 걸까._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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